By Hazel
Published: September 5, 2026
Last Updated: September 10, 2026
낮에는 여전히 여름처럼 쨍쨍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죠. 현실은 한낮 온도가 섭씨 36도를 넘나드는 폭염의 연속이지만, 다가올 시원한 가을을 간절히 그리워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미리 글을 써봅니다.
미국 생활에서는 달력이나 바깥 온도보다 먼저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알려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동네 마트 입구입니다.
얼마 전 장을 보러 단골 마트인 퍼블릭스(Publix)에 들렀는데, 매장 입구 양옆으로 주황색, 초록색, 하얀색의 커다란 호박(Pumpkin)들이 산더미처럼 예쁘게 진열되어 있더라고요.

한국에서는 호박을 보면 “호박죽 끓여 먹을까? 전 부쳐 먹을까?” 하는 식재료 생각이 먼저 들지만, 미국에서는 이 커다란 호박들이 등장하는 순간 온 동네가 가을(Fall season)과 다가오는 할로윈(Halloween) 모드에 돌입했다는 신호탄이 됩니다.
여기에 가을철 미국 마트 문을 열 때마다 코끝을 강타하는 독특한 계피 향의 주인공, ‘시나몬 빗자루’ 이야기까지 더해 미국에서 오감으로 맞이하는 가을 풍경을 전해드릴게요!
📌 오늘 포스팅 핵심 요약 (Quick Summary)
- 가을의 신호탄: 9월 초부터 퍼블릭스 등 마트 앞을 가득 채우는 형형색색의 대형 장식용 호박들
- 후각을 깨우는 마트 시그니처: 트레이더조, 알디 매장 입구에서 진동하는 ‘시나몬 빗자루(Cinnamon Broom)’의 정체와 유래
- 식용 vs 장식용 호박의 차이: 요리용 파이 펌킨(Pie Pumpkin)과 조각용 대형 카빙 펌킨(Carving Pumpkin) 구분법
- 현실적인 미국 주택 에피소드: 집 앞 포치(Porch)에 둔 생호박을 노리는 불청객(다람쥐) 주의보
1. “벌써 가을이야?” 퍼블릭스 입구에서 만난 주황색 호박 물결
퍼블릭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멀리서부터 쨍한 주황빛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어른 상체만 한 거대한 호박부터 아기자기하고 울퉁불퉁하게 생긴 희귀 품종 호박들까지 줄지어 쌓여 있는 모습이 참 정겹고 예쁘더라고요. 아직 밖은 반팔을 입고 다녀도 땀이 날 만큼 더운데도, 탐스럽게 쌓인 호박들을 보고 있자니 ‘아, 이제 진짜 한 해의 후반부, 가을이 성큼 다가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호박은 단순한 야채가 아니라 계절의 아이콘입니다. 가을이 시작되면 집집마다 현관 앞 포치(Porch)나 계단에 크고 작은 호박과 국화 화분(Mums)을 사다 놓고 계절 인테리어를 시작하는데요. 이 풍경을 마트 입구에서부터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답니다.
2. 마트 문이 열리면 퍼지는 향기, ‘시나몬 빗자루(Cinnamon Broom)’
호박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면, 가을철 미국 마트의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코끝을 가장 먼저 자극하는 것은 바로 달콤하고 알싸한 계피 향입니다.
가을 시즌이 되면 트레이더조(Trader Joe’s)나 알디(Aldi), 퍼블릭스 매장 안쪽에 작은 빗자루들이 통에 한가득 꽂혀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바로 가을 한정으로 판매하는 ‘시나몬 빗자루(Cinnamon Broom)’입니다.
작은 나뭇가지를 엮은 빗자루에 천연 시나몬 오일을 듬뿍 먹여놓은 제품인데,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시나몬 어택”이라고 부를 만큼 향이 아주 진하게 퍼집니다. 가격도 $4~$5 안팎으로 부담이 없어 장보러 온 사람들이 장바구니에 하나씩 툭툭 담아가는 가을철 인기 아이템이에요.
단순한 천연 방향제 역할도 하지만, 서양 민간 전승에서는 “가을철 현관문 안쪽에 시나몬 빗자루를 걸어두면 나쁜 기운과 악령을 쫓아내고 집에 행운과 따뜻함을 불러온다”는 유래가 있다고 해요. 할로윈 시즌의 마녀 빗자루 느낌도 나면서 집안 가득 은은한 가을 향기를 채워주는 재미있는 문화적 소품입니다.
3. “저걸 다 먹는다고?” 장식용 호박 vs 먹는 호박
처음 미국에 와서 마트에 널린 거대한 호박들을 보았을 땐 “저 큰 걸 어떻게 다 잘라서 요리해 먹지?” 싶어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마트 앞마당에 무더기로 쌓여 있는 큰 호박들은 대부분 먹는 용도가 아니라 ‘장식 및 조각용(Carving Pumpkin)’입니다:
- 조각·장식용 펌킨 (Carving Pumpkin): 껍질이 비교적 얇고 속이 비어 있어 칼로 파내기 쉬우며, 할로윈 축제 때 도려내어 안에 초를 켜두는 잭오랜턴(Jack-o’-lantern)을 만들거나 집 앞 장식용으로 씁니다. 당도가 낮고 수분이 많아 국이나 파이 요리에는 적합하지 않아요.
- 식용 펌킨 (Sugar Pumpkin / Pie Pumpkin): 요리나 디저트에 쓰는 호박은 손바닥만 한 크기로 훨씬 작고 단단합니다. 속이 꽉 차 있고 당도가 높아 호박파이, 수프, 베이킹용으로 사용됩니다. (한국식 단호박 맛을 원하신다면 보통 일본 단호박인 ‘Kabocha Squash’를 찾으셔야 익숙한 단맛을 즐기실 수 있어요!)
4. 현관 앞 호박 장식 시 주의할 점 (ft. 귀여운 불청객)
마트에서 기분 좋게 예쁜 호박을 몇 개 골라 집 현관문 앞이나 계단에 올려두면 그럴싸한 가을 분위기가 완성됩니다.
하지만 이때 미국 주택가에서 흔히 겪는 소소한 복병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동네 다람쥐(Squirrel)들입니다! 겉껍질이 매끄러운 생호박이라 안심하고 두었다가, 며칠 뒤 나가보면 다람쥐들이 야금야금 호박 뒤편을 갉아먹어 구멍을 뻥 뚫어놓는 일이 다반사랍니다. (ㅎㅎ)
다람쥐의 습격을 피하려면 호박 껍질 표면에 헤어스프레이나 식초, 혹은 매운 카옌페퍼(Cayenne Pepper) 가루를 살짝 뿌려두거나, 할로윈 직전까지는 실내에 두었다가 날씨가 선선해질 때 밖으로 내놓는 것도 작은 생활의 지혜입니다.
마트 입구에 가득 찬 주황빛 호박들과 매장 안에 감도는 알싸한 시나몬 향기 덕분에, 아직 한낮은 섭씨 36도로 푹푹 찌지만 계절이 조용히 가을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실감하는 하루였습니다.
이번 주말 장보러 가실 때 마트 앞 호박 구경도 하시고, 달콤한 시나몬 빗자루 하나 카트에 담아 집에 가을 향기를 먼저 들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 About the Author | Hazel @ Latte & Tax
라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미국생활 일상과 미국자산관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성년을 맞이할 제 아이에게, 그리고 필요한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