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azel
Published: September 10, 2026
Last Updated: September 20, 2026
어릴 적 읽던 전래동화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옆집 감나무 가지가 우리 집 담장을 넘어와 탐스럽게 감이 열렸을 때, “내 집 마당 하늘 위로 넘어온 감이니 내 것!”이라며 옥신각신하던 유쾌한 이야기 말이죠.
그런데 마당이 있는 미국의 싱글하우스(단독주택)에 살다 보면 이 동화 같은 일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곤 합니다. 바로 “이웃집 나뭇가지나 나무뿌리가 우리 집 경계를 침범했을 때, 혹은 백야드 숲 나무가 우리 마당을 덮쳤을 때”입니다.
과연 미국에서는 이렇게 넘어온 나뭇가지와 나무의 소유권, 그리고 관리 책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제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홈 인스펙션 일화부터 눈폭풍 날 마당에서 벌어진 아찔한 사건, 그리고 조경팀과의 훈훈한 팁 에피소드까지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1. 너는 옆집 나무로구나: 인스펙션 리포트가 던져준 숙제
저희 집을 매수할 당시 홈 인스펙션을 진행했는데요, 리포트에 꽤 신경 쓰이는 지적 사항이 하나 있었습니다.
“옆집과의 경계 쪽에 서 있는 큰 나무의 가지가 지붕 가까이 뻗어 있어, 이 나뭇가지를 타고 다람쥐나 쥐 같은 설치류가 애틱(Attic, 다락)으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미국 목조 주택에서 다락에 설치류가 들어오는 것은 단열재 훼손이나 전선 갉아먹기 등 화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인스펙션 리포트를 받아 든 뒤부터는 집 주변을 오며 가며 문제의 그 나무를 아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어요.
‘도대체 이 나무는 누구 집 나무일까?’
미국 법과 부동산 상식을 찾아보니, 나무의 소유권은 나뭇가지가 뻗어나간 방향이 아니라 ‘나무의 줄기(Trunk)와 밑동이 어느 집 땅에 뿌리를 두고 속해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막상 눈으로 대지 경계를 가늠해 봐도 우리 집 쪽인지 옆집 쪽인지 위치가 참 애매했습니다. (속으로는 *’제발… 제발 저 나무가 우리 집 나무가 아니어야만 한다’*라며 간절히 빌고 있었더랬죠. 다 자란 큰 나무의 관리와 가지치기 비용, 책임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아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동네를 산책하며 집 앞을 지나다 마침 단지 내 HOA 잔디·조경 관리팀이 들어와 작업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정원 정리를 하며 바닥에 멀치(Mulch)를 깔고 있었는데요. 한참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 나무 밑동 주위로 정갈하게 깔린 멀치가 옆집 정원 화단 라인과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져 있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아, 저 멀치 라인을 보니 아마도 옆집 정원에 딸린 옆집 나무겠거니’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너는 옆집 나무로구나!” 하고 말이죠. (물론 제 간절한 바람도 아주 듬뿍 담겨 있었지만요.)
2. 미국 법의 원칙: 내 땅 상공으로 넘어온 가지, 잘라도 될까?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이렇게 옆집에서 넘어온 나뭇가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 내 땅 경계선 수직 상공의 가지는 자를 권리가 있습니다 (Self-Help Rights):미국 대부분의 주(State) 법률상, 이웃집 나무의 가지나 뿌리가 내 사유지 경계선(Property Line)을 넘어왔다면 내 땅 영역에 들어온 부분에 한해 집주인이 직접 가지치기(Trimming)를 할 법적 권리가 있습니다. 비용 역시 가지치기를 진행하는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단, 이웃집 나무를 해치거나 죽이면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이 생깁니다:내 땅으로 넘어온 가지를 너무 무리하게 잘라내어 나무의 균형을 무너뜨리거나 감염을 유발해 나무가 말라 죽게 만든다면, 이웃집 나무 소유주에게 손해배상(수천~수만 달러에 달하는 수목 가치 보상)을 물어줘야 할 수 있습니다. 굵은 가지를 손봐야 한다면 전문 아보리스트(Tree Service)를 부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 전래동화 속 감은 누구 것?내 땅 상공으로 넘어온 가지에 달린 과일은 따 먹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바닥에 떨어진 낙엽이나 열매를 치워야 하는 번거로운 관리 의무 역시 그 마당 주인에게 귀속됩니다.
3. 눈폭풍 오던 날, 백야드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펜스 1피트’의 반전
옆집 나무 문제는 그렇게 일단락되는 줄 알았는데, 진짜 반전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어느 겨울, 눈폭풍이 쏟아지던 날이었어요. 따뜻한 거실 창가에 앉아 소복이 쌓이는 바깥 눈 구경을 느긋하게 하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백야드 쪽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어? 어? 저게 뭐야?!”
저희 집 백야드 펜스 바깥은 울창한 자연 숲인데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는지, 펜스 바깥 숲에 서 있던 커다란 나무의 굵은 가지 하나가 쩍 갈라지더니 우리 집 백야드 펜스 안쪽으로 쿵! 하고 부러져 떨어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게 된 것입니다.

백야드 안쪽으로 쿵 하고 부러져 떨어진 문제의 나뭇가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부러진 나무는 명백히 펜스 바깥 숲에 서 있으니, 관리 책임과 소유주는 당연히 HOA나 시티(City)겠지? 펜스 바깥 나무는 나와 상관없는 나무잖아?’
그런데 집 관리를 공부하다가 마주한 또 한 번의 충격적인 반전! “두둥, 펜스는 대지 경계선 딱 맞추어 치는 게 아니라, 보통 내 땅 안쪽으로 1피트 이상 들여서 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펜스 셋백(Setback) 규정: 대부분의 로컬 카운티나 HOA에서는 이웃 땅 침범(Encroachment) 분쟁을 방지하고 펜스 뒤편 유지보수를 위해, 실제 사유지 경계선(Property Line)에서 수 인치에서 1피트 이상 안쪽으로 후퇴해 펜스를 설치하도록 규정합니다.
- 오산이었던 내 생각: 즉, 펜스 바깥이라고 해서 무조건 남의 땅이나 시티 땅이 아니라, 펜스 너머 1피트(혹은 그 이상)의 숲 가장자리까지도 여전히 내 소유의 대지(Property)일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만약 눈폭풍에 가지를 떨어뜨린 그 나무 밑동이 내 경계 핀(Property Pin) 안쪽에 걸쳐 있다면, 숲의 나무가 아니라 바로 ‘내가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내 나무’였던 셈이죠. 눈에 보이는 펜스만 믿고 안심했던 생각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4. 마당을 덮친 나뭇가지의 최후: 조경팀의 깜짝 선물과 펜스 문의 작은 봉투
펜스 경계선의 진실을 깨달은 것도 잠시, 당장 눈앞의 현실적인 문제가 닥쳤습니다.
“백야드 잔디 위에 널브러진 저 거대한 나뭇가지를 도대체 어떻게 처분해야 하지?”
가지가 워낙 크고 무거워서 어른 둘이서 통째로 옮기기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톱을 사 와서 잘게 토막을 내야 하나, 그렇게 자른 나뭇가지 덩어리를 일반 쓰레기통이나 야드 웨이스트 백에 담아 내놓아도 수거해 가는지조차 알 길이 없어 막막했죠. 뾰족한 수가 없어 결국 “일단 날씨 풀릴 때까지 그냥 놔두자” 하고 마당 한쪽에 방치해 두었더랬습니다.
겨울철이라 단지 잔디 관리팀도 거의 방문하지 않는 시기였는데요. 어느 날 무심코 백야드를 내다보았더니,
어머나! 그 커다랗던 나뭇가지가 흔적도 없이 말끔하게 사라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추운 겨울날 오랜만에 마당 점검을 들어왔던 조경 관리팀 분들이, 마당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커다란 나뭇가지를 발견하고는 전문가용 장비로 깔끔하게 절단해 통째로 수거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 무거운 걸 어떻게 치워야 하나 가슴 한구석이 늘 무거웠는데, 마당이 깨끗해진 모습을 보니 말로 다 못 할 만큼 감사한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얼굴도 못 뵀는데 이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고민 끝에 작은 정성을 준비했습니다. 따뜻한 감사 인사를 적은 땡큐 메모와 함께, 음료 몇 개, 그리고 고생하신 작업자분들을 위해 작은 팁 봉투 2개를 정성껏 챙겼습니다. 그리고 다음번 관리팀이 오실 때 바로 발견하실 수 있도록, 백야드 펜스 문(Gate) 손잡이에 예쁘게 걸어두었답니다.

위해 펜스 문(Gate)에 걸어둔 땡큐 메모와 작은 팁 봉투
미국에서 주택을 관리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자연의 습격에 당황할 때가 참 많지만, 이렇게 서로 배려하고 온기를 주고받는 순간들이 있어 마음 한구석이 훈훈해지곤 합니다.
자연과 숲이 가까운 미국 싱글하우스의 삶은 다람쥐와 새를 매일 보는 평화로움을 선물해 주지만, 동시에 나뭇가지 하나, 펜스 너머 1피트의 땅까지 내 손으로 세심히 확인해야 하는 현실적인 책임도 함께 안겨줍니다.
혹시 여러분의 집 지붕이나 백야드 위를 위태롭게 넘보고 있는 나뭇가지가 있지는 않은가요? 이번 주말에는 집 클로징 때 받았던 대지 측량도(Plat Map)와 함께, 우리 집 펜스와 하늘 위 나무들의 길목을 한번 다정하게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주택 관리 경험과 일반적인 부동산 상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미국 내 주(State) 및 로컬 시티, 카운티 법규, 그리고 각 단지별 HOA 규정에 따라 나무 가지치기 권한, 수목 보호법, 펜스 설치 규정(Setback)은 크게 다를 수 있으므로, 실제 작업이나 분쟁 시에는 전문 수목 관리 업체(Tree Service) 또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확인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 About the Author | Hazel @ Latte & Tax
라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미국생활 일상과 미국자산관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성년을 맞이할 제 아이에게, 그리고 필요한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