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여기가 동물의 왕국인가요? 길거리 야생 칠면조부터 가을철 사슴 로드킬·코요테 대처법까지

며칠 전 길을 걸어가다가 길가 상가 유리창 앞에서 서성이는 낯선 동물 한 마리를 마주쳤습니다.

미국 상가 건물 유리창 앞에 서서 배회하는 야생 칠면조 Wild Turkey 모습
▲ 상가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라이벌로 착각해
며칠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길거리 야생 칠면조(Wild Turkey)

“어? 쟤는 뭐지? 닭도 아니고 공작도 아니고…” 신기한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 검색해 보니 바로 야생 칠면조(Wild Turkey)였더라고요.

그런데 더 신기했던 건, 다음 날 장을 보러 차를 타고 같은 길을 지나가는데 글쎄 녀석이 여전히 그 건물 앞을 떠나지 않고 혼자 맴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쟤는 왜 숲으로 안 돌아가고 저기서 저러고 있을까?” 싶어 찾아보니, 칠면조는 유리창이나 차체에 비친 자기 모습을 ‘내 영역을 침범한 다른 라이벌 수컷’으로 착각해 몇 날 며칠을 그 앞에서 꼿꼿이 대치하며 지키고 서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덩치는 산만한 녀석이 거울 속 자기 그림자와 눈싸움을 벌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짠하면서도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1. 백야드를 찾던 사슴 가족과 시들한 양배추 한 그릇

미국 교외 주택에 살다 보면 이렇듯 자연이 불쑥 마당 안까지 들어오곤 합니다.

예전에 살던 집에서는 저희 집과 옆집 사이 잔디밭이 아예 사슴 세 마리 가족의 전용 이동 통로였습니다. 새벽 동틀 무렵이나 해 질 녘이 되면 녀석들이 줄지어 유유히 마당을 가로질러 가곤 했죠.

어느 추운 겨울날에는 백야드를 무심코 내다봤는데, 사슴 한 마리가 앞다리를 단정하게 접고 앉아 마당에서 쉬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살을 에는 추운 겨울에 쟤네는 도대체 뭘 먹고 버티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침 냉장고에 시들시들해진 양배추가 조금 남아있길래, 1회용 그릇에 양배추를 듬뿍 담아 조심스레 백야드 잔디 위에 내려놓아 보았어요.

몇 시간 뒤에 살그머니 확인하러 가보니, 글쎄 양배추만 싹 비워 먹고는 그릇은 얌체처럼 엎어놓은 채 어디론가 홀연히 떠났더라고요. 그 모습이 어찌나 괘씸하면서도 귀엽던지요.

2. “새벽 출근길 차가 반파됐대요” 가을철 사슴 짝짓기 시즌과 로드킬

하지만 이렇게 마냥 평화롭고 귀여운 공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 전 아들을 픽업하러 차를 몰고 가던 길가에서 차에 치여 숨져 있는 어린 사슴을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프고 먹먹하더라고요. ‘혹시 걸어서 하교하던 학생들이 이 안타까운 장면을 직접 목격하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직장 동료분들 중에도 새벽 출근길에 갑자기 도로로 뛰어든 사슴을 치어 차량 앞부분이 완전히 부서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미국에서 사슴은 친근한 이웃이기도 하지만,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가장 주의해야 할 도로 위의 위험 요소가 됩니다.

  • 가을(10월~12월)은 사슴의 짝짓기 철(Rutting Season): 호르몬의 영향으로 흥분한 사슴들이 암컷을 쫓느라 주위를 살피지 않고 도로로 마구 뛰어듭니다.
  • 사슴을 발견했을 때 절대 피하려고 핸들을 꺾지 마세요: 도로 위 사슴을 피하겠다고 핸들을 급격히 꺾으면 마주 오는 차량과 충돌하거나 가드레일, 가로수를 들이받아 훨씬 더 치명적인 2차 대형 사고로 이어집니다. 핸들을 정면으로 꽉 붙잡고 직선 방향 그대로 급제동을 밟는 것이 안전 수칙입니다.
  • 한 마리가 지나가면 뒤따라옵니다: 사슴은 무리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습니다. 앞선 한 마리가 무사히 도로를 건넜다고 바로 가속페달을 밟지 마시고, 뒤따라 뛰어드는 새끼나 다른 사슴이 있는지 반드시 서행하며 살피셔야 합니다.

3. 붉은 꼬리여우 목격담부터 뷰포드(Buford) 코요테 습격 사건까지

도로 위 사슴뿐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지인은 자기 지인 집 보안 카메라에 붉은 꼬리여우(Red Fox)가 선명하게 찍혔다며 신기해하면서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일은 불과 몇 달 전 저희 지역에서 멀지 않은 뷰포드(Buford)에서 일어난 뉴스였는데요. 대낮에 코요테가 나타나 목줄을 하고 주인과 산책 중이던 반려견을 공격했고, 이를 필사적으로 말리던 반려견 주인까지 다쳤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미국 교외 주택가는 삼림 서식지와 바로 맞닿아 있어 맹수들이 생각보다 집 가까이 접근합니다.

  • 산책 시 고정형 짧은 목줄(6피트 이내) 착용: 늘어나는 자동줄은 돌발 상황 시 반려견을 빠르게 품으로 당기기 어렵습니다.
  • 코요테와 마주쳤을 땐 도망치지 말고 ‘헤이징(Hazing)’: 등을 보이고 뛰면 사냥 본능을 자극합니다. 팔을 머리 위로 크게 벌려 덩치를 부풀리고, 크고 위협적인 목소리를 지르며 주변 돌이나 나뭇가지를 던져 쫓아내야 합니다.

4. 동네 앱 Nextdoor의 단골 질문: “이 뱀 독 있나요?”

미국의 지역 밀착형 소셜 앱인 Nextdoor를 켜보면 매일매일이 자연 다큐멘터리입니다.

*”우리 집 백야드에 늑대(코요테)로 추정되는 녀석이 어슬렁거려요”*라는 CCTV 캡처 글은 기본이고, 날씨가 따뜻해지는 계절에는 잔디밭이나 드라이브웨이에 똬리를 튼 뱀 사진이 수시로 올라옵니다.

재미있는 점은 사람들이 “뱀이 나왔어요!” 하고 놀라는 게 아니라, “이 뱀 독사(Copperhead 등)인가요, 아니면 무해한 가터스네이크인가요?”라며 차분하게 독성 유무부터 감별해달라고 묻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상 이야기를 동남아 대도시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들려주었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언니, 저는 가끔 마주치는 도마뱀 한 마리도 너무 싫어서 소름 돋는데… 거긴 어찌 살아요?” 하길래, 제가 웃으며 대답해 줬습니다.

“도마뱀? 우리 집 가라지(Garage) 문 앞에도 도마뱀 한 마리가 터줏대감처럼 살고 있어. 걔는 매일 집 앞에 꼬박꼬박 응가까지 해놓고 간다니까?”

제 말에 지인은 *”헉, 동남아보다 미국 교외가 자연 면에서는 훨씬 더 야생이네요!”*라며 혀를 내두르더군요.

가끔 마당을 찾아와 양배추를 얻어먹고 가던 사슴 가족, 상가 유리창 앞에서 그림자와 씨름하던 칠면조, 그리고 차고 앞 도마뱀까지. 참으로 ‘자연자연’하고 다이내믹한 미국 주택 라이프입니다.

자연과 이웃하며 살아가는 평화로움도 좋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철로 접어드는 만큼 운전대 잡으실 때는 사슴 출몰 표지판을 한 번 더 유심히 보시고, 저녁 산책길에도 늘 주변을 잘 살피며 안전하고 평온한 가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 본 포스팅은 미국 생활 속 개인적인 경험과 현지 지역 소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야생동물(코요테, 독사 등)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시 직접 대응하지 마시고 지역 카운티의 동물 통제국(Animal Control)이나 911에 즉시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 About the Author | Hazel @ Latte & Tax
라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미국생활 일상과 미국자산관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성년을 맞이할 제 아이에게, 그리고 필요한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Scroll to Top